제철음식

2008.08.28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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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가 올해 ‘제철음식’의 시작이었다. 학교에서 가져온 감자 한 박스를 볶아 먹고, 삶아 먹고, 쪄 먹고, 구워 먹고, 튀겨 먹고, 나눠 먹고. 꾸준히 열심히 질리도록 먹었다. 상처 난 것부터 열심히 먹었지만, 그래도 금방 상해서 제대로 다 먹지 못하고 버린 감자도 좀 있었다.
 
그 후로 싱싱한 오이, 미나리, 토마토, 가지, 늙은 오이 노각, 수박, 옥수수... 우리집 밥상에도, 엄니댁 밥상에도, 학교 식당에도 '집에 이거 있어?' 라고 할 때 주인공으로도, 그 즈음에는 모두 그 비슷한 녀석들이 꼭 한자리를 차지했다.

서울에서는, 정말 제철음식이 뭔지 몰랐다. 봄이나 여름이나 가을이나, 내가 먹고 싶을 때는 언제든 동네마트에서 튼실한 감자를 골랐고, 겨울이든 봄이든 아욱국을 끓였다. 제철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딸기나 참외와 같은 몇 가지 과일도, 언젠가부터 겨울부터 봄 사이에 더 많이 마트에 나오기 시작했다. 과연 나에게 '제철음식'이라는 것은 더욱 알 수 없는 말, 의미 없는 말이 되어갔다.

홍성에 내려오니, 모든 밥상이 나에게 '제철음식'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그리고 밭에서 바로 따서 먹었을 때에만 느껴지는 그 맛있는 맛으로 '제철음식'을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제철도 몰랐고 제 맛도 몰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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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기른 수박과 늙은 오이


* 풀무학교 환경농업전공부 '농부와 인문' 숙제 생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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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허니즈맘
    2008.08.29 13: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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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만에 올렸군. 그림도 글도 제철 글이군. 건강하고 신선하고 현장감있어. 진실하다~
  2. 허니즈맘
    2008.08.29 13: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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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요즘도 토마토, 수박, 노각 있나? 승헌이가 수박 먹고 싶다네.. 포도 좀 사놨더니... 그래, 그때,갖고 온 토마토는 정말 단단하고 질감은 아주 연했지. 수박도 나 그렇게 칼 잘 나가는 수박은 첨이었어. 손도 좀 베이고... 하얀 부분까지 먹을 정도로 달고 연했어.(고기얘기가 아니데^^)잘 먹고 잘 사는 여름이네가 진짜 부자네. 좋닿^.^
    • 2008.08.31 16: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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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아직 늙은 오이 노각과 늙어가는 토마토가 있어요. 노지 수박도 이제는 끝나가는것 같구요~ 수박은 사실 하우스에서 재배된 수박에 길들여져서.. 노지(밭)에서 기른 것은 씨도 많고 크게 달게 느껴지진 않더라구요. 그래도 공짜로 얻어 먹으니~^^ 여름내내 아주 잘 먹었지요~

      지난주엔 동네 과수원에 가서, 저농약 아오리 사과를 사와서 열심히 먹고 있어요. 제철음식이 정말 보약같아요!
  3. 허니즈맘
    2008.09.01 01: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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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아~ ^O^ 정말 맛있게 사는구나! 나 사실 아오리 사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수영이가 맛있게 먹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서 군침이 돈다... 아샥아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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