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어딨어? 최여름!"
오늘도 여름이는 아침부터 현관문을 열고, 이 신발, 저 신발 신어본다. 밖에 나가서 놀고 싶은 마음에 현관 앞을 서성이다, 문만 열리면 숑숑 밖으로 나가버린다. 맘에 드는 아빠신발을 신고 나가기도 하고, 급하면 맨발이라도 좋다.
여름이 덕분에 아침부터 집 밖에 나와, 이리저리 둘러본다. 어느새 봄이구나. 바람이 신선하고 햇볕이 따사롭다. 저 건너편에서는 트랙터가 천천히 움직이며 밭을 간다. 집과 밭, 논과 집 사이 구불구불하게 뻗은 길이 아름답다. 밭둑, 논둑에는 민들레, 쑥, 강아지눈꽃이 한창이다. 우리가 주차하던 자리에 이렇게 이쁜 꽃들이 피어있었구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여름이는 트랙터로 밭가는 것을 한참 보고 섰다가, 길 한켠에 있던 삽을 들고 요리조리 그야말로 삽질을 한다. 민들레를 몇개 꺽어다, 코에 대고 꽃향기도 킁킁 맡아본다. 노오란 꽃가루가 콧구멍 근처에 뽀얗게 묻었다. 쑥도 뽑아보고 손으로 흙을 파헤쳐 삽에 담아본다. 무거운 삽을 잘도 들고, 살금살금 밭에 들어가려는 여름이를 보고 급하게 달려갔다. 예쁘게 밭을 만들고 정성스레 모종을 심어둔 밭에 들어가는 일은 정말 혼날 일이다. '아저씨가 이 노옴 한다. 아저씨 여름이 좀 보세요!" 온갖 협박을 하며 여름이를 번쩍 안아 들고, 다시 풀밭 쪽으로 데려다 놓는다.
몇시간이든 밖에 있으면 정말 잘 논다. 조그만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넘어져도 흙 바닥이니 별로 아프지 않고, 혼자서 툭툭 털고 일어선다. 짹짹짹 새소리를 가만히 들어보기도 하고, 음매 소리가 어디서 나나 귀 기울이며 주변을 둘러본다.
여름이에게 한 세트에 몇십만원 한다는 오감발달 그림책이나, 화려한 장난감은 없다. 사줄 능력도 없지만, 사줄 생각도 없다. 대신, 흙과 바람과 풀, 작은 꽃들, 벌레, 새, 물, 햇볕이 모두 여름이의 친구이자, 선생님이다. 밖에서 여름이가 노는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 모든 것들이 여름이를 돌보고 있음이 느껴진다.
훗날, 여름이가 커서 '난 도시가 좋아요'라며 우리를, 농촌을 떠날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땅에서 흙과 바람과 풀과 꽃, 새, 물, 햇볕, 그리고 동네 사람들과 맘껏 놀았던 그 기분좋은 기억이 여름이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을 것이니, 이곳을 떠난다해도 걱정없다.
여름아. 모든 것을 품어주는 흙을 닮아라. 시원한 바람에게서 위로받고, 풀, 꽃, 새들과 함께 노래하고, 비와 눈에게 감사하고, 햇볕의 뜨거운 에너지를 가슴에 가득 담기를. 이 아름다운 어울림 가운데, 네 이름처럼 더불어(與) 늠름하게(凜) 자라나길. 그 안에서 하나님과 네 자신을 만나길.
아들 여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이미 주고 있으니, 나는 참 행복한 엄마다.
민들레 꽃향기를 맡고. 킁킁.
꽃잎도 뜯어보고.
흙 놀이가 젤 재밌어요!
영차영차! 힘톤 여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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