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자기, 둘째는? 이제 슬슬 나아야지. 아이가 혼자면 가엽잖아.’ 외동딸로 자란 나는 ‘혼자라서 외롭겠다. 가엽다’ 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고 자랐다. 나는 집에서 혼자서 노는 것도 재미있었고, 단지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형제들이랑 노는지가 궁금했을 뿐인데, 어른들은 나에게 이런 식의 편견을 담아 내 감정을 짐작하는 듯한 말을 하곤 했다. 상대방을 걱정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위로도 아니고, 내 마음을 읽어주는 말도 아닌 선입견으로 시작된 말. 나도 그런 말을 쏟아낼 때가 참 많다. 우리가 대화라고 하는 말 중에, 또는 독백으로 생각하는 것 중에 참 많은 이야기가 여기에 포함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 딸로 등장하는 ‘리나’처럼, 있는 그대로 마음을 읽어주고,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궁금한 것을 솔직히 묻고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직장여성와 전업주부, 비혼과 기혼, 스무살과 서른살, 장래희망과 주어진 일, 딸과 엄마… 이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 티비에서 봐온 전형적인 이미지가 머리속에 남아있다. 그런데,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꽃 같은 스무살을 넘어, 뭔가 안정된 삶을 누릴 것 같은 서른 살도 지났다. 서울에서 야근을 밥 먹듯하는 커리어우먼으로도 살아보았고, 시골에서 하루 세끼 남편 밥 차려주는 주부로도 살아왔다. 희망했던 직장에도 들어갔었고, 결혼하고 싶었던 남자와 결혼도 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어쩌면 질문이 잘못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리나’의 말을 다시 되새겨본다. ‘그럼, 엄마는 지금 뭐지? 투명인간? 엄마는 여기 확실하게 있는데도 이상한 말을 한다…. 그렇지만 엄마는 이미 ‘있다’. 나도 이미 있다. 다행히 투명인간으로 살아오지 않았고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비혼이 결혼을 하면 얻게 되리라 생각하는 안정감도, 주부가 직업을 가지면 자아실현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모두 허상일 뿐이다. 허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지도, 남을 판단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이 책은 만화책이지만, 정말 있을법한, 누구나 한번쯤 들어보고 생각해봤을 이야기로 실마리를 풀어낸 책이다. 고모의 외로움과 불안함도 공감이 가고, 엄마의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은 공허함도 공감이 간다. 이 두사람에게 외로움, 불안함, 공허함을 그냥 있는 그대로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두 사람의 생활도 조금 다를 수 있지 않을까? 그냥 둘 다,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솔직해 질 수 있는 친구가 된다면, 삶은 조금 더 풍성해질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적인 행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이란 철저히 사람간의 관계 속에 존재한다.” 부탄연구센터 카르마 우라 소장의 말이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어떤 직업이나, 결혼, 출산, 사회적 지위가 아닐 것이다. 그 관계들 속에서 얻고 싶은 ‘행복’일 것이다. 부탄 사람들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실제로 행복하다면, 그것은 그들은 가족, 이웃, 자연, 신과의 관계에서 행복하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관계를 잘 맺고, 관계를 잘 키워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남편과, 아이들과, 부모님과, 마을 이웃들과, 어르신들과, 토끼와, 닭과, 꽃과 나무와, 벼와 관계를 잘 맺고, 그 안에서 행복하고 싶다.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 이 책은 부탄의 현실을 쓴 책인데, 솔직히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소설에 나올 법한 무릉도원 같은 이상세계로 다가왔다. 만화책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라는 책은 눈물이 핑돌면서 읽었고,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는 크크 웃으면서 읽었다. 첫눈 오는 날은 공휴일이라니, 놀랍고 재미있다. 


부탄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종교나 전통적인 옷과 집을 통해서 많은 부분 스스로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있고,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지금의 삶은 잠깐이며, 누구도 죽을 때는 아무것도 갖고 갈 수 없다’, ‘지금의 삶은 일시적이고 사후에는 내세가 존재한다’라는 불교의 확고한 가르침이 부탄을 행복한 나라로 만드는 뿌리가 아닐까? 그러한 뿌리 없이 흔들리는 나와 같은 사람이 고민하며 흘려 보낸 시간에 부탄사람들은 농사를 짓고, 숲을 가꾸며 행복을 누렸을 것만 같다. 


너무나 다른 배경에서 살아와서 인지, 책의 내용이 믿기지 않는 것이 많다. 실제로 부탄사람들이 이렇게 욕심 없이, 지속 가능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있는지, 종교가 권력이나 시장경제로부터 자유로운지 무척 궁금하다. 그리고 한편에선 ‘공동의 행복’이라는 훌륭한 목표를 가지고 실천하고 있는 작은 나라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느껴진다. (끝)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 마스다 미리.

행복한 나라 부탄의 지혜 -사이토 도시야, 오하라 미치요 글. 홍성민 옮김. 양승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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