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순간, 내가 느끼는 나로 충분하다”
정혜신 선생님의 <당신으로 충분하다>를 읽고.

 

이 글은 아마도 정리되지 않을 것이다. 정리하려는 나의 노력을 줄이려 한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평가 받기 위해, 누군가에게 칭찬받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므로.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슬프다. 별일 아닌 일에 와락 눈물이 쏟아져서 힘이 들고, 숨고 싶은 날이 많다. 임상역사공부도 4개월을 했고, 책도 읽고, 이야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내가 싫고, 스스로를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극단적인 생각들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혼자서 펼쳐보기도 한다. 나는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인가?

자유연상…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는 행위.(15)

4명의 인물들이 나온다. 황지혜. 말이 많다. 적극적이다. 이 책의 반 정도는 황지혜의 말이다. 좀 짜증이 났다. 내가 이사람 이야기 들으려고, 이 책을 읽고 있나. 하지만, 황지혜의 모습에서 내가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끝까지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고, 풀어 놓을 듯 풀어 놓을 듯 하다가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양미란의 모습이 내 마음에도 있구나. 양미란이 불쌍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황지혜, 양미란, 김혜인, 신미수, 그리고 정혜신 선생님의 대화에서 우리의 지난 여름이 떠올랐다. 뜨겁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고, 공감했고, 그러다가 같이 웃고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에 머뭇거리고, 살피고 이래도 될까 재고 억누르던 마음이 어느 순간 안도감을 느끼고 스르륵 풀어졌던, 그래서 울면서 웃을 수 있었던 순간들. 그 순간들이 떠올랐다. 정혜신 선생님의 말하지 않은 말들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렇게 그 말에 매달렸던 거구나. 안전하게 꼭 안아주고 싶다. … 사연이 많았겠구나”                           

무엇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노력할 것이 별로 없구나. 노력할 필요가 별로 없구나. 나 자체로도 괜찮구나’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그건 치유의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247) 나도 언젠가 이런 상태가 될 수 있으려나. 완결된 상태로써 이런 나는 불가능하겠지. 여전히 나는 더 노력해야만 할 것 같다. ‘00은 날 싫어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여전히 많이 한다. 내쳐지기 전에 내가 먼저 거부하고, ‘난 너 같은 애들 싫어해’ 라고 말을 던지고, 버림받기 전에 도망가고 싶은 마음. 여전히 내 마음에 자라지 않은,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드러낼 수 있다면, 그러고서도 이해받고 공감받고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치유된다. 자기 존재에 대한 ‘근원적 안정감’을 느껴본 사람은 변한다. 편해지고 너그러워진다. (125)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섭섭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울고 있을 때 그가 물었다. 네가 원하는 게 뭐냐고? 나는 대답했다. ‘편안하고 부드러워지고 싶어’ 이 순간의 진심이다.          

(201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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