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소설2] 죽음에 관하여.

 


소설 하나를 완성하고 죽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을 쓴단 말인가. 소설은 너무 비장하거나 우울하여서는 안된다. 소설은 유쾌하고 그러면서 마음에 뭐하나 남겨주는 희망 같은 것을 담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설령 혼자 죽어버리더라도. 그녀가 완전히 희망을 버린것은 아니었다고. 죽음 가운데 희망을 기다렸다는 헛소리를 해줄 인간이 몇은 생기지 않겠는가. 유쾌하고 희망이 있으나, 철없이 밝지만은 않은 소설을 구상하던 나는 담배 생각에 복도로 나왔다. 그 순간 새 한마리가 퍼드덕 퍼드덕 거리더니, 하늘로 향한 유리창에 머리를 딱 박고서는, 퍽 떨어지더니, 죽었다.

불쌍해서 눈물이 나왔다. 순식간에 주검이 된 작은 새를 재활용에 내놨던 박스 두개로 간신히 바깥으로 옮겼다. 아무리 불쌍해도 주검이 된 새를 맨손으로 만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혹시 기절한 게 아닌가 하고 담배 두개를 피우는 동안 기다렸으나, 살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바람에 조금 옆으로 굴러가 버렸다. 서둘러 땅을 팠다. 삽으로 새의 주검을 땅에 묻고 흙으로 덮어주었다. 막 꽃망울이 터진 매화꽃 하나를 꺽어 무덤에 꽂아주었다.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와 차가운 물을 마시고 소설을 써 내려갔다. 불쌍한 새를 생각하니 글이 술술 써진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고 했던가. 하지만 나는 낮게 날아 자세히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것을 보게 될까 흥분되는 아침이었다. 백합나무에 둥지를 튼 박씨네 새끼들 소리에 잠이 깼다. 박씨는 첫 새끼들을 낳고, 하하 실은 알을 낳아 애지중지 열아흐레를 품었다. 박씨부인은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오던 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그때부터 박씨는 혼자서 새끼들 먹일 먹이를 잡아오고, 밤에는 따듯하게 새끼들을 품어줬다.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둥지를 트고 홀애비 몸으로 새끼들을 키워내는 박씨는 참으로 대견하다. 겨우내 얼었던 호박을 발견한 날에는 꼭 박씨를 불렀다. 호박은 물컹하여 먹을 것이 못되어도, 호박씨는 이런 보릿고개에 꽤나 든든한 양식꺼리가 된다. 나는 혼자 사는 몸이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꼭 박씨네와 나누어먹는다. 오늘은 먹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탐험을 해야지. 새대가리라는 말은 얼토당토 않은 말임을 증명해 보이리라. 라는 생각으로 하얗고 커다란 네모 안으로 들어갔다. 탐험을 끝내고 나오려는 찰라. 아이쿠, 길을 잃었다. 아하, 저기가 하늘이구나 하며 힘차게 날아오르는데. 딱, 퍽. 그리고 눈 앞이 아득해졌다."라고 문장을 마구 갈겨 적었다. 손가락에서 예술혼이 뿜어져나왔다. 역시 생명을 잃은 고통 뒤에 창작이 시작되는구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 * 박새의 이야기 * *

저 인간은 왜 나의 죽음 앞에서 울고 있는가. 나는 오늘의 죽음에 무척 만족한다. 삶의 어떤 순간보다도 만족스러운 죽음. 나는 오늘 죽기로 결심했다. 비루한 인생. 유리문에 세차게 머리를 박고 죽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은 안타까운 죽음이 아니라. 스스로가 선택한 죽음이었다. 박새따위를 놀잇감으로 생각하는 고양이의 밥이 되지도 않았고. 잘난체 하는 독수리에게도 잡히지 않았다. 먹을 것을 찾아 하루종일 뱅뱅 하늘을 나는 것도 지겨웠고. 하나같이 찍찍찍찍 돌림노래처럼 울어대는 새들의 소리도 지긋지긋했다.

바로 오늘. 내가 죽기에 딱 알맞을 곳을 찾았다.
있는 힘껏 딱.
퍽.
그리고 끝이었다.

머리를 한번 부르르 떨고서는 죽었다. 아픔은 잠시, 더군다가 엄마 아빠 형제 남편 자식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단박에 죽을 수 있어, 생애 최초로 신께 감사했다. 다행히 할일없는 아줌마 앞에 딱 떨어져 죽었으므로. 그녀는 나를 땅에 묻어주었고, 매화꽃 하나를 무덤에 꽂아주었다. 이만하면 내가 그동안 꿈꾸던 바로 그 죽음이었다. 후회도 배신도 없는 딱 나에게 적당한 죽음이었다.

 

 

 

[발바닥 소설2] 죽음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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