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2시간 청소노동자 일기> 1편.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뭔가 기록을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어느새 출근한지 열흘이 지났다. 정확하게는 그동안 6일을 근무 했다. 


청소노동자라고 했지만, 정확한 직함은 '유치원 3세대 하모니 봉사단'. 단순히 유치원 어린이들 간식준비와 청소를 하루 3시간 하면 된다는 소개를 듣고 시작하게 되었다. 정식 고용이 아니기 때문에 식비 1만원, 교통비 1만원으로 매일 2만원이 지급된다고 했다. 최저임금을 벗어나서 고용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자원봉사'가 있구나. 처음 알게 되었다. 여차저차 사정이 있으면 시간을 좀 유동적으로 하거나, 하루이틀 비우는 것은 미리 연락만 주면 된다고 하셨다. 아마도 갑자기 일을 하시던 분이 그만 두신 상황이라 누구라도 와주기만을 원하셨던 것 같다. 비용은 어차피 정부에서 나가는 것이고, 청소나 간식 업무를 맡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모두 선생님들의 몫이 될것이므로 누구라도 필요했을 것이다. 


학교 병설유치원이다보니, 성범죄이력조회 등이 필요했다. (건강검진도 필요한데, 아직 제출을 안했다.) 간단한 이력서 양식을 채웠어야 했는데, 생각해보니 모두 대학교때 했던 자원봉사(저소득 가정 학습지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거나, 이스라엘 키부츠, 카자흐스탄, 방글라데시 즉, 해외에서 한 자원봉사가 대부분이라... 참 쓰기가 머뭇거려졌다. 하모니봉사단을 하기엔 넘 화려한 이력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내가 머뭇거리고 있으니, 원장선생님이 없으면 안쓰셔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저 비워두었다. 


처음 출근을 하여, 유치원에 갔더니 아이들 앞에서 인사를 시키신다. '오늘부터 함께 해주실 하모니 선생님이세요,'라고 나를 소개한다. 속으로 이름을 물으면, 별명을 이야기할까 진짜 이름을 이야기할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름은 따로 말씀하지 않으셨고, 묻는 아이들도 없었다. 한 아이가 이야기했다. "이번 하모니 선생님은 좀 다르네." 원장선생님이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해볼까요? 했더니, 그 아이가 하는말 '할머니가 아니세요.' 원장님 약간 당황하시며, '네, 00이가 다른점을 잘 찾았네요.'라고 대답했다. 순간 음? 응? 할머니라고? 하루 일을 잘 마치고 집에 와서 찾아봤다. 하모니봉사단, 3세대 하모니봉사단? 육아경험이 있는 할머니들이 유치원에서 세대간의 통합을 하면서 책도 읽어주고, 간식준비도 해주고, 환경미화(!!)도 하는 것이라고 적혀있었다. 자격은 40세 이상 여성. 두둥. 뭔가 쎄한 느낌. 그렇지 난 이제 만 40세 여성이 되었다. 지난달에 생일 지났으니, 40세가 확실하다. 


'하모니, 하모니봉사단이래.'라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아재개그가 취미인 그가 말했다. '할머니, 할머니, 하모니네.' 세대간의 조화로움인줄만 알았더니, 그야말로 할머니 봉사단이었다니. 속빈 웃음이 나왔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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