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꽃

2008. 4. 10. 11:25


햇볕이 따뜻하다. 여름이를 재우고 은박돗자리를 가지고 마당으로 나갔다. 모자를 뒤집어쓰고 돗자리 위에서 딩굴딩굴. 누워서 보니 매일 보던 마당도 새로워 보인다. 밋밋하게만 보였던 잔디밭에 토끼풀도 보이고, 마당 한쪽에 민들레도 보인다. 어젯밤 섭섭하고 무거웠던 마음도 조금씩 편안해 진다.
  
민들레에 똥파리가 살포시 앉아있다. 똥파리도 꿀을 먹나? 똥파리뿐 아니라, 벌도 몇 마리 민들레에 날아왔다. 마당 한 편, 도시 친구가 사다준 플라스틱 화분에 담긴 꽃모종에는 똥파리도 벌도 없다. 꽃향기가 나지 않는 건지, 농약이 뿌려져서 인지... 궁금한 마음은 있지만, 돗자리에서 일어나 확인해 볼 마음은 없다. 나도 똥파리, 벌들과 함께 민들레에게만 눈길을 준다.

심지도 않은 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하다.
고맙다. 우리 마당에 피어주어서.
고맙다. 물주지 않아도 잘 자라주어서.
땅에 뿌리박고 스스로 자라 꽃 피우는 너. 대견하다.
나도 너만큼 살아내면 참 좋겠다.



* 풀무학교 환경농업전공부 '농부와 인문' 세번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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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처럼... 때로 흔들려도 꿋꿋하게 그 자리에 by cosmosl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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