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재 바다

2015.03.07 12:58


푸르다고 다 같은 푸른것이 아니고.
바다라고 다 같은 바다가 아니다.

삶은 끊임없는 철썩이고, 넘실된다.
너의 철썩임과 넘실됨에
나도 나만의 리듬을 갖는 것.
그리하여 너와 나의 파도가 만나고 헤어지는 것.
그곳에 우리만의 바다가 있고.
우리가 함께 만든 푸르름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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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순간, 내가 느끼는 나로 충분하다”
정혜신 선생님의 <당신으로 충분하다>를 읽고.

 

이 글은 아마도 정리되지 않을 것이다. 정리하려는 나의 노력을 줄이려 한다. 이 글은 누군가에게 평가 받기 위해, 누군가에게 칭찬받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므로.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슬프다. 별일 아닌 일에 와락 눈물이 쏟아져서 힘이 들고, 숨고 싶은 날이 많다. 임상역사공부도 4개월을 했고, 책도 읽고, 이야기도 하지만, 여전히 나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런 내가 싫고, 스스로를 인정하기 싫은 마음에 극단적인 생각들을 구체적인 계획으로 혼자서 펼쳐보기도 한다. 나는 어떻게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인가?

자유연상…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 하는 행위.(15)

4명의 인물들이 나온다. 황지혜. 말이 많다. 적극적이다. 이 책의 반 정도는 황지혜의 말이다. 좀 짜증이 났다. 내가 이사람 이야기 들으려고, 이 책을 읽고 있나. 하지만, 황지혜의 모습에서 내가 보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끝까지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고, 풀어 놓을 듯 풀어 놓을 듯 하다가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하는 양미란의 모습이 내 마음에도 있구나. 양미란이 불쌍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황지혜, 양미란, 김혜인, 신미수, 그리고 정혜신 선생님의 대화에서 우리의 지난 여름이 떠올랐다. 뜨겁기도 했고, 안타깝기도 했고, 공감했고, 그러다가 같이 웃고 울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처음에 머뭇거리고, 살피고 이래도 될까 재고 억누르던 마음이 어느 순간 안도감을 느끼고 스르륵 풀어졌던, 그래서 울면서 웃을 수 있었던 순간들. 그 순간들이 떠올랐다. 정혜신 선생님의 말하지 않은 말들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렇게 그 말에 매달렸던 거구나. 안전하게 꼭 안아주고 싶다. … 사연이 많았겠구나”                           

무엇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가 노력할 것이 별로 없구나. 노력할 필요가 별로 없구나. 나 자체로도 괜찮구나’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그건 치유의 마지막 단계에 가깝다.(247) 나도 언젠가 이런 상태가 될 수 있으려나. 완결된 상태로써 이런 나는 불가능하겠지. 여전히 나는 더 노력해야만 할 것 같다. ‘00은 날 싫어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여전히 많이 한다. 내쳐지기 전에 내가 먼저 거부하고, ‘난 너 같은 애들 싫어해’ 라고 말을 던지고, 버림받기 전에 도망가고 싶은 마음. 여전히 내 마음에 자라지 않은, 자라지 못한 어린아이가 있다.

‘자신의 감정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드러낼 수 있다면, 그러고서도 이해받고 공감받고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치유된다. 자기 존재에 대한 ‘근원적 안정감’을 느껴본 사람은 변한다. 편해지고 너그러워진다. (125)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섭섭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울고 있을 때 그가 물었다. 네가 원하는 게 뭐냐고? 나는 대답했다. ‘편안하고 부드러워지고 싶어’ 이 순간의 진심이다.          

(201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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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운 말.

2014.11.19 17:15

햇볕 아래를 걸으니, 참 따뜻했다. 뭔가를 쓰고 싶은 날이 있다. 그것을 바로 잘 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마음으로 묵히고, 묵히고. 그러다가 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아빠의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아빠에 대한 새로운 추억이 만들어진 기분이다. 늙은 아빠가 손을 잡고 이야기했다. ‘와줘서 고맙다.’ 나도 아빠도 그 말의 뜻을 알고 있다.

한바탕 그에게 쏟아 붓고, 한바탕 울고. 또 그것을 수습하고 싶어 하던 날이 있다.

이제는 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 임상역사 쓰기도 해보고, 책도 읽어보고, 글도 써보고, 남편 붙들고 울어보고, 엄마아빠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쏟아 내어 보기도 했다. 그런데, 후련하지 않고, 내가 자랐다는 느낌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 쯤이면, 충분하지 않냐고 이야기하는 듯 한데. 나는 여전히 뭔가가 남아있는 것 같은 마음. 그래서 누구라도 날 건들면, 콱 깨물어보고 싶은 상태. 언제쯤 해결될까 하는 절망감. 

진짜 사는 게 더 재미있어서, 영화가 시들해졌다는 말. 너무 좋았어. 뭐랄까. 진짜 삶을 살고 있구나. 정말 안심되고, 부러운 말.

 

(2014. 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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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014.11.03 17:19

 

삶과 죽음이 교체되는 매일을 내가 살고 있다.
나는 죽은 듯 잠을 자고, 또 일어난다.
그리고 일을 한다. 밥을 짓는다. 잎을 따고, 고기를 숭텅숭텅 잘라서 나의 밥을 짓는다.

담배를 피며, 내가 잠깐 죽고. 그리고 또한 살아난다.
그 현기증, 눈 앞이 아득해 지는 것을 내가 즐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짧은 죽음을 매일 겪고 사는 것이
나의 죽고 싶은 충동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다.
비록 바보 같고, 또 다시 되풀이 될지라도,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방법 인것을.
음악을 듣고, 나를 도닥이며, 또 밥을 짓고, 잠을 자고, 섹스를 하고. 그렇게 산다.

낙엽이 다 떨어지고, 누군가가 죽고, 또 누군가가 태어나는 것.
그것이 삶인 것을 알고 있다.

필름이 끊어지도록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는 것.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을 뜨겁게 사랑하는 것.

다 이해할 수도 없고, 다 해결 할 수도 없음을 안다.
그저 살아갈 뿐.

 

(2014. 1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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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었다. 서울에서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독서모임에 참여했던 김형경의 팬클럽 회원처럼, 나 역시 김형경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마도 나는 누구보다, 김형경의 글에 많이 기대어 있었고, 어디에서든 한번 만나고 싶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책을 다 읽은 후, 허탈하다. 종교, 사랑, 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곤란한 마음이다. ‘전의 종교는 의존 대상이었다. 나는 엄마 무릎에 앉는 아기처럼 법당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좋아했다(274)’라는 말처럼, 나 역시 삶의 오랜 시간을 의존 대상으로 종교를 가지고 살아왔다. 그리고 그 의존성에서 조금 벗어나보려는 시간을 지나고 있는데, 결국 마지막 훈습의 과정이 종교라니. 아, 뭔가 맥이 풀리고, 정리가 안되는 마음이다.

‘생에 유연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싶은 욕구,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고 싶은 욕구, 파편화시켜 둔 내면을 통합하여 진정한 나 자신이 되고자하는 욕구였다. 변화란 삶의 외형이나 행동방식을 바꿔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인식, 관점, 사고의 틀이 바뀌는 지점에서 성취되는 것임을 훈습과정에서 체험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27)’

‘훈습은 우리가 외면해 온 것을 되찾는 작업이며, 부정했던 것을 수용하여 온전하게 하는 과정이다.(26)’

 


책을 읽는 동안, 마음 속에서 흐르는 몇가지 줄기를 어렴풋이 보았다. 시기심, 불안, 거절 당하는 것이 두려워 거절하지 못하는 마음.

‘그들의 행동은 그들의 것이고, 나의 감정은 나의 것이었다.(31)’

‘상대의 부당함이 나의 분노를 정당화시키지 않으며, 상대의 언행과 나의 감정을 분리시킬 줄 모르는 행위였음을 알게 되었다.(122)’

‘상대의 감정에 대응하는 순간, 고스란히 그와 똑같은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126)’

‘내가 글쓰기를 통해 나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는 사실이다.(76) .. 권위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망... (79) 노인들 곁에 머무르며 그분들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차린 것은 훈습 기간의 거의 마지막에서였다.(82)’

 


‘무의식 속 결핍, 결함, 결점들을 내 것으로 인정하자 내면이 가볍고, 환하고, 편안해졌다. ...  지금 불편을 느끼는 내 마음은 무엇이지?(84)

이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 볼까 한다. 일단 그것이 나에게는 화두이다. 화가 치밀어 오르고, 시기심으로 마음이 뒤숭숭할때, 누군가가 미워질때, 지금 내 마음은 무엇이지 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야 한다. ‘혼자 조용히 머물면서’ 말이다.


(201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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